ADHD는 차원적 장애로 분류되고 있다.
'ADHD인가 아닌가'로 나눈다기보다, 건강한 상태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본다는 뜻이다.
ADHD의 특성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그게 아니라면 발등에 불 떨어지는 이야기, X되기 전까지 미루는 이야기에 어째서 그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는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신이 얼마나 불편한지, 그리고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이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힘들게나마 해낸다면, 나는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못한다는 아주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
아무튼 시작...
Day5_메디키넷 5mg
오후 12시
생리를 시작했다. 원래 주기보다 한달이 늦었다.
그래서인지 열두시까지 잤다. 주말에 이렇게 잔 건 오랜만이다.
나는 가끔 세상에서 도망치듯이 잠을 많이 잘 때가 있는데, 거의 24시간을 내리 잔다. 그릭 생리 전, 생리 중에 잠이 많아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평일에도 그래서 문제가 많았지만 서른 넘어서는 가끔 휴일이나 주말에 그랬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이게 비정형 우울증 양상일 수 있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
전처럼 대형사고를 치지 않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주기를 체크했다면 관리하기 좀 수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내가 또 성실하게 나를 모니터링하고 주기를 체크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후 1시
스콘에 버터, 카야잼, 우유를 먹고 약을 먹었다. 고열량 식사 너무 좋아!
그치만 기후위기로 식량난이 닥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걸 먹을 수 있을까, 러시아 놈들이 전쟁을 그만둬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방치해두었던 그린피스 후원을 재개했다.(카드가 바뀌어서 출금이 끊겼는데 몇 달 내버려둠...)
오후 1시 30분
택시를 탔고, 생리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먹었다.
피해야 할 약물을 봤는데 아세트아미노펜은 없길래. 사람이 먼저 살아야지..^^
생리 시기 특유의 피곤함, 나른함, 졸림이 느껴졌다. 약의 용량이 낮아서일까? 아니면 이건 약도 어떻게 못하는 걸까?
오후 2시 20분
택시에서 조금 잤더니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다. 드립백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오후 2시 40분
오늘 회사에 나온 이유는 할 일이 있어서다.
파일 정리를 조금 한 뒤 일을 시작했...
오후 3시
...는데 딴짓중...^^........
그래도 어제 저녁에 친구 레쥬메에 코멘트를 달았었는데, 확인해보라고 연락을 하고 사소하게 확인해야 할 것들을 확인했다. 집중이 안 되니까 한알을 더 먹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으나 일단 작업 시작.
오후 3시 15분
이렇게 미룰 땐 작업물 파일 켜는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확실히 그 마음은 많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 사실 미루던 일을 직면하고 작업하기 시작하면 불안은 줄어든다. 그 직면까지가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오후 4시 30분
꾸역꾸역 작업은 하고 있으나 생리 때는 약이 잘 안 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 정보도 많지 않다. 아마 연구도 안 되었겠지...
하기 싫은 마음이 은은하게 계속 있어서 줄담배를 뻑뻑 피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누군가 어디선가 계속 하라고 등을 밀어주는 느낌이다.
한 알 더 먹고 싶다. 그럼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약 안 가져왔다.
오후 5시 40분
진짜 한 알 더 먹고 싶다. 왜 안 가져왔지???
아니 이러다가 약에 의존하게 되는 건데..! 5mg 가지고 이러면 앞으로 내 운명은...??
잠시 반성하고 또 작업 시작.
사실 난 이 일이 무섭다. 너무 무섭고 불안하다.
뒤집어 말하면 너무 잘하고 싶은 일인데, 생각만큼 예쁘게 안 나오는 것 같아서 미칠 것 같다.
잘하고 싶고, 그래서 도망가고 싶다...
(물론 이렇게 지금 몇 달을 도망쳤음...)
오후 10시
얼추 정리하고 또 택시를 탔다. 아오 진짜ㅠㅠ 언제까지 택시탈거야~!!
Day 5 summary
오늘은 약물일기라기보다 괴로움일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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