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까 약을 먹고 나서 시간마다 기록한다는 게 너무 신기한데...?
난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안해본 게 없다.
그 중에는 시간관념을 교정하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할 때 예상한 시간과 실제 들어간 시간을 비교하는 게 있다.
예컨대 설거지에 10분이 걸릴 거라 예상했다면, 실제 설거지를 할 때 얼마나 걸리는지 기록한 뒤 둘을 비교해서 충격을 받으며(?) 시간관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나는 기록 자체를 못했다.
그래서 지금 기록이 잘 되는 게 신기하다.
아무튼 오늘은 실수로 일지를 덮어썼다. 저녁에 부랴부랴 다시 쓰느라 시간대별 기록은 아니다.
그럼 시작!
Day3_메디키넷 5mg
오늘도 눈 뜨자마자 공복에 약을 먹었다.
부작용으로 식욕부진, 불안, 두통, 기타등등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소량이라 그런지 아직 모르겠다.
식욕부진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나는 여전히 밥이 너무 맛있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해서 택시를 탔다.
어쩔 수 없이 조금 지각했는데, 전철역에 가자마자 회사에 연락했고 다른 분들도 늦으셔서 괜찮았다.
시위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내가 미리 대처를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생각난 김에 전장연에 후원금을 조금 넣었다.
택시기사 아저씨와 대화하는데 대화가 명료하게 귀에 들어왔다.
나는 아침에 너무 기력이 없고 정신이 없어서 기사님과 대화를 잘 안할 뿐더러, 원래 대화도 싫어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즐겁게 대화했고 대화 과정에서 힘이 빠진다는 느낌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조증의 신호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후에 졸렸던 게 생각나서, 다소 충동적으로 점심 식후에 5mg를 추가로 먹었다.(다른 분들은 절대 이러지 맙시다)
졸림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대략 30분만에 확 가셨는데 조금 멍해졌다.
밤샌 다음날 같은 상태가 되어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했다.
사실 커피도 좀 많이 마셨는데... 고나계가 있을까?
각성제를 먹고도 졸린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약의 혈중 농도 변화에 따른 걸까? 그럼 사실 난 도파민이 별로 부족하지 않은 걸까?? ADHD가 아니었던 걸까?
오늘 마감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쫄리면서도 일을 미루다가 결국 야근하고 기한을 넘기는게 평소의 나였다...
근데 불안감이 거의 없고 차분했다. '왜 안 불안하지?????' <<굉장히 의아하고 신기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약간 쫄렸지만 아무튼 차분하게 다 해서 보냈다.
불안하지 않은 것, 잡생각이 많이 줄어든 것, 그리고 그냥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평소와 다르다.
늦은 오후에는 다리를 다시 떨기 시작했다.
나는 다리를 떤다기보다...가만히 못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리를 움직인다...
시간이 조금 천천히 가는 것 같다.
친구와 저녁에 만나 보쌈과 술, 디저트를 배터지게 먹었다.
여기서 또 이상하고 부끄러운 버릇 하나를 공개해야 하는데... 나는 친구와 약속이 끝나고 귀가할 때 일부러 다른 방향을 골라서 간다.
친구와 귀가길까지 잠깐 함께하는 것도 힘들어서다. 친구의 소중함과는 정말 관계가 없다. I LOVE 친구.
그런데 오늘은 스무스하게 전철역까지 같이 가서 손 흔들며 헤어졌다.
피곤했지만 나리작거리지 않고 씻은 뒤, 고양이와 잠깐 놀아주고 바로 잠들었다.
Day 3 summary
기록을 날리지 말자! 복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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