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행 목록
계획을 위한 시간 계획 세우는 시간을 계획하기
포괄 실행 목록
✅ 일일 실행 목록
"계획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라"
일일 실행 목록(데일리 투두리스트)
일일 실행 목록, 즉 일일 투두리스트는 이름과 같이 '오늘 하루'에 할 일들의 목록이다. 포괄 투두리스트에는 생각나는 대로 할 일과 생각을 수정하거나 추가한다. 우리는 갑자기 어떤 할 일이 떠오르면 우선순위를 쉽게 잊어버린다.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한데도, 집중의 초점이 지금 생각난 뜬금없는 일을 생각하느라 소진되는 것이다. 최대한 포괄 투두리스트에 기억을 맡기면,
1. '생각하느라' 소모되는 뇌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2. 산만함을 덜 수 있다.
3. 지금 생각난 일은 또 다른 일 때문에 잊히게 될 것이다. 기록해두면, 정말로 기억하게 된다.
오늘 할 일은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포괄 투두리스트를 훑으며 다운로드한다
책에서는 간단히 넘어가는 부분이긴 한데, 사실 포괄 실행 목록과 일일 실행 목록은 완전히 별개의 목록이 아니다.
내게 포인트는 이 부분이었다. 일일 투두리스트를 쓰려고 할 일을 새로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기록해 두었던 포괄 실행 목록에서 오늘 할 일을 골라서 일일 실행 목록으로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할 일의 가짓수는 적게, 눈에 잘 띄는 곳에
책에서는 일일 실행 목록을 작은 종이조각에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라고 한다. 또한 일일 실행 목록에 들어갈 일의 가짓수를 부담스럽지 않게 2~3가지(최대 5가지 이하)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해보면, 우리가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일 투두리스트는 꼭 손으로 쓰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앱이나 컴퓨터 메모장을 써도 된다. '항상 눈에 띄면서도 간편한' 도구를 찾아보자. 아마 습관이 안 들어 있다면 이거 며칠 쓰다 저거 며칠 쓰다 할 가능성이 큰데, 적합한 아이템을 찾는 즐거운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그래도도 ADHD 행동치료에서는 손으로 적는 도구를 추천한다. 머릿속에 들어 있던 정보를 내가 손으로 적을 수 있을 만한 단어로 바꾸고, 손으로 쓰는 행동 자체가 기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를 움직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뇌를 예열해준다.
할 일은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용어'로 적자(길어져도 됨)
일일 실행 목록에 있는 과제는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용어'로 적혀야 한다. 예컨대 할 일에 "기획서 쓰기"를 적었다 치자. 이러면 시작하기도 전에 일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게 되고, 불안해지고, 과제가 실제보다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이것을 '압도되는 느낌'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결과는... '미루기'다...^^
그 당장의 불편함과 불안함, 고통을 피하기 위해 SNS나 웹서핑, 게임 등으로 도피하게 된다. 그동안 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내면의 불안함과 과제의 그림자는 더 커 보이게 된다. 실제로는 햄스터인데 내가 만든 그림자는 드래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번 불안이 커지기 시작하면(한번 미루기 시작하면) 다시 시작하기가 정말로, 너무나 어렵다. 또한 습관적으로 과제를 과대평가하고 나를 과소평가(+비하)하기 시작하다가, 결국 잠수를 타버리는 패턴이 굳어지면 고치기가 정말 너무나 어렵다. ADHD에게 미루기는 실행기능이 떨어지는 신경생물학적 장벽과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얽힌 문제이며, 동반하는 주의력 문제 때문에 미루기에 대처할 방법을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다.
일을 잘게 쪼개되, 시작하는 행동은 쉽고 가볍게
일을 잘게 쪼개는 것은 일의 볼륨을 현실적으로 파악해서 압도되는 느낌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작하는 행동은 원숭이라도 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정해야 한다. '설거지 하기'가 포괄 투두리스트에 적혔고, 그걸 일일 투두리스트로 다운받았다면 이제 쪼갤 차례다.
이렇게 쪼갤 수 있을까?
1. 그릇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2. 큰 덩어리 대충 덜어내기 3. 세제로 닦기 4. 물로 헹구기 5. 씽크대 주변 물기 닦기
시작하는 행동을 설계할 때 빠지기 쉬운 오류 1: 하찮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과제를 '터치하지' 못함
시작하는 행동은 작고 하찮아서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여야 하지만, 내가 하려는 과제와 조금이라도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두렵고도 거대한 과제를 살짝 건드리는, 터치하는 느낌이 되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막중한 서류작업을 쪼갤 때 시작 행동을 '새 문서 만들기'로 쓴다. 하지만 슬프게도... 엄청난 의지력을 발휘해 새 문서를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원래 두려워하던 서류작업에 관련된 파일들이나 내용을 마주하지 못했기에 다시 핸드폰 게임이나 하러 갈 공산이 크다. 이와 비슷한 '책 펼치기'에도 비슷한 오류가 있다. 천신만고 끝에 책을 펼쳤다 치자. 그 다음엔? 조금이라도 과제를 건드려 줘야 그 과제에 빠져들 문이 생긴다. 지금의 나라면 '책을 펼쳐서 지문만 대충 읽기'라고 쓸 것 같다.
시작하는 행동을 설계할 때 빠지기 쉬운 오류 2: 하찮게 만든 것 같지만 여전히 막막함
'20페이지 중 1페이지 쓰기'는 다른 함정에 빠져 있다. 마치 일을 1/20로 쪼갠 것 같지만 어떻게, 뭘, 어디에서 써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아서 여전히 막막해 보인다. "목차 쓰기"는 정말... 이건 안된다! 목차 쓰기야말로 고도의 인지적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최강 난이도 태스크인데 이걸 맨 앞에 배치하면 절대 안된다! 뭐라도 예열을 하고 시작하자! 나는 디자이너라서, 예전에는 '대충 컨셉 잡기' 같은 걸 써 놨는데, 읽으시는 분들은 이런거 하지 말자. 컨셉 잡는다는 거, 말로 하면 짧지만 결국 클라이언트, 런칭할 곳, 각종 요청사항, 내 미감을 종합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고난이도 작업을 시작에 배치하면 안 된다!!! 차라리 "클라이언트가 보낸 메일이랑 자료 설렁설렁 읽기"나 "인터넷에 공개된 동종 업계 작업물 모으기" 같은 걸로 시작하자!!
하기 싫으면 하지 않기!!! 약속!!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시작 행동을 했는데도 여전히 그 과제를 하기가 어렵고 막막하다면, 지금은 진짜 안 하는 걸로 자신과 약속하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자. 하지만 경험상 언제나 시작 행동이 가장, 제일, 대박 어렵고, 시작 행동에만 성공하면 어느 정도는 뇌의 흐름(?)을 타서 한동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할 일의 시간, 장소, 종료시간 설정하기
일을 다 쪼갰다면... 사실 단계가 하나 더 있다. 그 일을 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종료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투두리스트의 어떤 일에 시간과 장소를 할당하면 실행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ADHD는 시간 관념이 없어서 막연하게 '오늘 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잠깐 말했듯 실제 하루의 가용 시간은 크지가 않다. 또한 오늘 못할 것 같으면 다른 날로 옮기고, 이미 있는 동선에 끼워넣어 해결하는 등의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하루 중 나의 집중력이 제일 좋은 시간에 배치하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으로는 아이젠하워 매트릭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보통은 아침에 사람의 집중력이 가장 좋다는데... 나는 절대 아니다... 약을 먹고 나서가 집중력이 제일 좋다 ^^
아무튼 이리하여, 책에 나오는 일일 실행 목록의 예는 이렇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해도 저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계획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시간을 잘 못 다루니까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특히 큼) 그냥 하루를 포기해버리기도 비일비재...
내게는, 투두리스트가 깨지거나 변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는 자기 주문이 더 도움이 되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내가 하지 않아서 남아 있는 할 일에 되레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문제 없다!
그런 일은 계획 세우는 시간에 다시 보자. 만약 진짜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지우자. 하지만 세상에서 없애버리기보다는 다른 삭제 표시를 하면 좋다. 하기는 해야 할 일이라면, 다시 포괄 투두리스트로 돌려보냈다가 다른 날에 다운받아서 하면 된다.
✅ 일일 실행 목록
책갈피 지침 2.3
1. 색인카드, 편지봉투 뒷면, 또는 일회용 종이조각을 찾으십시오.
2. 일일 실행 목록을 정하는 데 10분(600초)를 할애하십시오.
3. 일일 실행 목록은, 일상적인 일정에 들어있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하고 싶어하는 일들로 구성되며,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4. 목록을 2~5개 항목으로 제한하십시오.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더 많은 쪽보다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더 적은 쪽을 선택하십시오. 원한다면 이것들을 완료한 후에 몇 가지 더 추가할 수 있습니다.
5. 과제를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용어로, 즉, 여러분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규정하십시오.
6. 각각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대를 정하십시오.
7. 하루 중에 각각의 과제들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일일 계획표를 활용하십시오.
8. 각각의 과제를 계획된 시간에 실행한 후, 목록에서 삭제하십시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나온 방법을 고대로 적용해서 투두리스트를 짜고 있을까?
절대 아님~!
이 카테고리의 글은 행동치료 책을 따라가며 최대한 목차에 맞는 내용을 쓰려고 했지만... 벌써 막힌 것 같음 ㅠㅠ 힘듬..
행동치료 책에 나왔다고 해도 내가 안 쓰는 것도 많고 바꿔 쓰는 것도 많은데ㅠㅠ...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그냥 내가 현재 쓰는 기록법을 공유하려고 한다. 그냥 내 이야기를 쓰면서 행동치료 책에서 가져온 방법들을 소개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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