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 요약:
메디키넷 5mg에서 메디키넷 10mg가 되었다.(오전, 오후에 각각 5mg씩)
아빌리파이 0.5mg 추가.
으악 병원에서 들은 얘기! 잊어버리기 전에 써야 해!!!
previously on...🖖
🧐 중요한 일은 여전히 미루고 있다. 하지만 작은 일들은 미루는 빈도나 시간이 줄어들었다. 운동은 생리 때 1주일 간 빼먹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1주일 안 했더니 리셋된 느낌... 생리 때는 확실히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약 효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산만함이 좋아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집중력 부분에서는 여전히 딴짓도 하고 생각도 튀어나가고 그런다.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차분해졌다. 아앗 이 얘기 오늘 했어야 했는데 깜박했어!!!
😮 사람을 만나고, 연락하는 일이 정말 놀랍도록 편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유도 없이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약 먹는 동안엔 한 번도 그런 감각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어떤 모임이 끝나면 방향이 같은 사람과 함께 가는 일조차 어려워서 일부러 다른 방향을 골라서 갔는데, 그런 느낌조차 싹 사라져 버렸다...
평생 함께하던 불안도 없어져 버렸다... 숨이 막힌다든가, 손과 등에 식은땀이 난다든가, 뒷목이 당긴다든가,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던가 하는 신체적 변화가 늘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 아침 기상은 안정적이다!! 지각도 저번에 늦게 잔 날 하루 빼고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기적!
DAY 51: 병원 방문
📍 초진 때 '돈을 한번에 많이 쓴 적이 있는지', '성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같은 질문을 받았더랬다. 그땐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없다고 했다. 몇 년간 이렇다 할 문제가 없어서 그런지 더 기억이 안 났다! 근데 나중에야ㅋㅋㅋ 떠올랐다ㅋㅋㅋㅋ 혹시나 까먹을까봐 적어놨지만,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데 굳이 얘기해야 되나 싶었다. 쪽팔려서 어디에 얘기한 적도 별로 없고. 이런 생각도 그냥 털어놨더니, 선생님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앞으로도 대비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다. 초진 때 분명 진단적으로? 그런 종류의 일이 있으실 것 같았는데 없다고 해서 의아하셨다고ㅋㅋㅋㅋㅠㅠㅠ
내가 넘 곤란해하는 것 같았는지 기록에는 안 남기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해주셨다. 아까 진료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네.. 감사합니다.. 했는데 병원 나와서 생각해보니 시발 졸라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 얼마 전 새로 받은 TCI 결과도 보여드렸다. 이전에는 내 기억에만 의존해서 말씀드린 것이기도 했고..(물론 이번 결과와 크게 차이는 없었음.) 티스토리에도 진짜 한번 공유할까 싶다. 성격파탄자의 TCI 궁금하신가요.. 에휴 해석상담도 좋은 방향으로 잘 받았건만 아직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 조증 진단기준을 보여주셔서 그걸 훑으며 한번 더 과거의 일을 얘기했다. 그 결과, 내가 들뜨던 시기는 경조증보다는 심하지만 조증이라기엔 약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괜찮다. 기복이 많이 줄었다. 선생님 왈, 현재는 나이를 먹으며 성숙해졌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기에 관리가 되지만, 나이가 들어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증상이 나올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들었는데... 고급 정보다...!!
📍 콘서타랑 메디키넷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두 약 모두 제약사가 주장(ㅋㅋ)하는 지속시간보다 실제 지속시간이 짧은 것 같다고 하셨다.(임상의 경험이신 듯) 근데 내가 느끼기에도 메디키넷은 효과가 네 시간 같았다... 듣다 보니까 나는 지금 초등학생 처방보다 용량이 적어섴ㅋㅋㅋㅋ 설마 지금까지의 효과가 플라시보였을까요, 여쭤보니 단호하게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하셨음.
그치. 플라시보만으로 아침 기상과 아침 운동, 그리고 플래너 꾸준히 쓰기가 잘 될 리 없어!!
이 글을 보면, 메틸페니데이트 오로스(aka 콘서타)의 효과는 ADHD의 아형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르다고 한다. 복합형일 때는 용량에 따라 증상이 호전되지만, 부주의형은 저용량에서도 충분한 반응을 보인다고.
📍 내가 오늘 과거의 또라이 짓을 말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진과 시진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빌리파이라는 약이 추가되었다. 이것도 1mg를 처방하시려다가 "저 요즘 진짜 차분해요!"라고 하니 반으로 쪼개주심. 성인이 쓰는 용량에는 한참 못 미치는데, 저번에도 말씀하셨지만 약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쓰시는 편이라고 한다.
나야 뭐 효과만 있으면 0.0005mg을 먹든 10mg을 먹든 상관없음.
아무튼 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는데... 그새 까먹었고....... 내 경우에는, 메디키넷을 먹다가 들뜨는 느낌이 나면 잠자기 전에 먹어보라고 하셨다. 도파민을 살짝 눌러준다고? 한다. 기록을 잘 하고 계시니까 기분 변화를 체크해보라고 하셨다. 사실 초반에 들뜨는 느낌이 있었어서(제어 가능하긴 했음) 조금 뜨끔했다. 1주일 간은 메디키넷만 먹고, 다음주부터 아빌리파이 먹으면서 기분을 체크해야겠다.
📍 약 먹는 동안 ▼이런 식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을 붙였다.
업무랑 일상을 분리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 업무 히스토리 파악할 때도 좋다! 풀어진 기록이기 때문에 담배를 몇 대나 피웠는지, 약 효과가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났는지 확인하려면 주기적으로 다시 훑어야 한다는 귀찮음은 있다. 그래도 꾸준히 기록하려면 역시 나한테는 자유로운 형식이 맞는 듯하다. 더 긴 메모는 아래쪽 아무 곳에나 쓰고 있다.
📍 아. 그리고 오늘 차분해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만약 내가 우울하다거나 힘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면 우울증 약을 처방했을 것 같다고 지나가듯 말씀하셨다. 아마 요 며칠 동안 수면 시간이 적었던 탓에 초췌해져서 그런 듯...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머리도 잘 못 만졌고 옷도 안 다린 거 입어서 전체적으로 좀 꾸깃했다. 다음에는 잘 다려서 가야 되겠다.
📍 아버지가 알콜중독이시고, 어머니가 욱하는 기질이 있으셔서 어릴 때 많이 맞고 자랐다는 이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오늘 굳이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그래서 약에 의존하게 될까봐 내 자신이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 흡연자이기도 하고, 옛날엔 수면제를 한번에 털어먹은 적도 있기 때문에 오남용은 내가 무척 신경써야 할 문제다.
그래서 '약을 더 먹고 싶을 때'는 그 이유도 복약기록에 썼다. '그냥 더 먹고 싶다',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내용은 없고, 지금보다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내용이 대다수다.
여기에 대한 대답이었지는 아리까리하지만, 아무튼 쉬어도 되는 날은 휴약을 해서 약을 남기라고 하셨다. 지금 나는 투잡을 하고 있어서 주말에도 약을 먹는다. 하지만 의존 문제를 의식해서라도, 또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라도 쉬는 날을 만들어서 약을 남기는 연습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꼭 약을 남겨서 다음 진료 때 가져가겠어!!
📍 그리고 내가 사실 초진 예약을 두 번(...) 변경했었다. 안 그래도 마음에 조금 걸렸는데, 그 부분도 adhd 진단하는 데 약간 영향이 있던 것 같았다. 이거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부끄러워서 접싯물을 찾아 코 박고 죽고 싶었다ㅠ ㅠ ㅠ ㅠ... 자가진단 질문지도 매번 뒤에 질문 있는 걸 못 보고 앞장만 풀어서 내고 있다... 약 먹은 뒤로 이런 실수들이 4D 영화처럼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심지어 오늘 병원 갈 때도 버스 정류장 잘못 보고 성큼 내리는 바람에 한 정거장을 걸어갔다 ㅠㅠㅠ
📍 내가 다녀본 중 지금 의사선생님의 상담시간이 제일 길다ㅋㅋㅋ 너무 친절하시고, 목소리도 좋으시고(?) 무슨 얘기만 하면 리액션을 엄청 해주셔서 꼭 내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느껴진다. 설명도 아주 자세해서, 진료 다녀오면 굳이 인터넷에 검색해볼 필요가 없을 정도. 누가 물어보면 아주 자신 있게 이 병원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약간 불안하다. 다만 정확히 어떤 부분이 불안한지 설명할 수가 없다. 신지수 선생님의 책을 보면 혼자 CAT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를 보고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고 적혀 있었다. 이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과거의 어떤 경험 때문인가 돌아봤지만 딱 이렇다고 연결되는 게 없다. 굳이 답을 찾아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진료 보러 가는 데 이 불안이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내 생활반경 안에서는 가장 가깝고 다니기 편한 병원이라구ㅠㅠㅠ
📍 뒤늦게 생각난 게 있어서 추가한다. 난 항상 이럿치...
초진 때도 의사선생님이 본인도 adhd 성향이 있다고 했다. TCI도 나처럼 자극 추구/위험회피가 동시에 높고 사회적 민감성도 높다고 했었다. 그때 내가 듣기엔 나도 사회적 민감성이 높을 거라고 생각하는 뉘앙스였는데(이 부분은 추측임..!!) 이번에 TCI 결과지 보여드리니까 "사회적 민감성이 낮네요..." "자율성... 낮네요... 역시..." 이렇게 말씀하셔서 좀 수치스러웠다... 왜냐면 나는 둘 다 높았으면 좋겠어서(??) 이름만 봐도 낮으면 문제가 있을 것 같은 애들이잔아..
(물론 너무 높아도 안좋다구 한다)
아무튼 이번 진료는... 내가 ... 까먹었던 과거를 기억하고 솔직히 얘기햇구... 선생님은 역시 자기 진단적 어쩌구가 틀리지 않았다며 끄덕끄덕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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