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테고리의 글은 ADHD 행동치료 책을 따라서 진행하려고 한다.
첫 시간은 ADHD 공부하기!
ADHD 행동치료 책을 보면,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ADHD를 정확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된다고 적혀 있다.
ADHD 진단을 받은 내담자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1. 초기 안도감과 기쁨
2. 혼란과 당혹감
3. 분노
4. 슬픔과 비통
5. 불안
6. 적응과 수용
나는 이런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1. 초기 안도감과 기쁨 ➡ 지금까지 내가 또라이에 의지박약에 게으름뱅이인 줄 알았는데 병명이 있었구나! 다 ADHD 때문이었구나!
2. 혼란과 당혹감 ➡ ...잠깐... (험한 말) 내가 ADHD라니?
3. 분노 ➡ 어릴 때 진단이랑 치료 받았으면 이 지경은 안 됐을 텐데!
4. 슬픔과 비통 ➡ (울적)
5. 불안 ➡ (인터넷의 여러 글들을 바닥까지 디깅한 뒤) 이제 어떻게 살지? 이거 나아지기는 하는 거야? 너무 늦은 거 같은데? 근데 사실 나 ADHD 아닌 거 아니야??
6. 적응과 수용 ➡ 이번 생은 걍 이렇게 됐다...
진단을 받고 충격먹은 내담자에게 치료자는 ADHD에 대해 설명을 해 줄 테지만, 나는 셀프로 하고 있으므로 책으로 읽기로 한다.
성인 ADHD 유병률은 약 4%로 추정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기 ADHD 유병률이 8%이므로, 대략 절반 정도가 성인이 되어서도 ADHD 문제가 지속되는 것이다. 다만 성인의 경우 과잉행동은 내적 안절부절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ADHD는 부주의하고, 산만하고, 작업기억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결정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짐으로서 실행기능도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전두엽이 다른 사람에 비해 살짝 일을 덜 하고,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길 잃고 헤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ADHD는 두드러지는 문제가 어디에 쏠려 있는가에 따라 부주의형, 과잉행동-충동성 형, 혼합형으로 나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보다, 자신의 증상과 문제가 뭔지에 집중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저 유형은 경향일 뿐, 딱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부주의형이라도 충동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과잉행동 형이라도 부주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부주의형 ADHD 성인의 특징은, 길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산만해지기 쉽고 아주 금세 집중을 잃는다. 시간 관리를 어려워하기에 약속에 늦고,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는 것이 힘들다. 세금이나 공과금 같은, 재미는 없지만 중요한 일을 처리하지 못해 체납하기 일쑤고, 조직적으로 해야 하는 일(논문이나 서류 작성, 글쓰기 등)을 어려워한다. 또한 물건 정리를 정말 힘들어한다. 이것도 체계와 조직화에 약한 것과 관계가 있다. 바탕화면이나 핸드폰 화면이 아수라장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 때문에 일할 때 거의 언제나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럽게 진행된다. 이것이 집 정리를 못하는 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보통 직업적인 부분에서도 대참사를 초래한다. 새로운 일을 자주 시작하지만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고,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신뢰를 잃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잉행동-충동성은 음식, 물질, 성적인 충동 등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부분의 중요한 기저 원인은 '지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충동성은 인지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숙고나 계획 없이 냅다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잦은데, 예컨대 지도 없이 여행하기, 직장이나 주거지를 계획 없이 옮기기 등등.
또 다른 부분으로 과잉활동성, 안절부절함이 있다. 보통 어린이의 과잉행동-충동성은 굉----장히 눈에 잘 띈다.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애가 뛰어다니고 있으면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 많은 불이익을 겪으면서 이 부분이 많이 깎이기에 '내적으로 부산스럽게' 된다. 회의를 할 때 걍 뛰쳐나가고 싶을 수도 있다.
ADHD의 이런 성향은 당연히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주의하고 산만하며 충동적이고 자기 제어가 안 되는' 사람은... 교육 기간이 짧고, 짤릴 위험도 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 어렵고, 반사회적 행동으로 체포되고, 거칠게 운전하다가 면허 취소되고, 대인관계도 안 좋고, 이혼할 확률도 높으며 불안 및 우울, 알코올 같은 물질 남용 장애, 섭식 장애 등등 다양한 문제를 겪을 확률이 크다!
물론 ADHD가 반드시 저렇게 된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 하나 ADHD를 설명할 수 있는 특성은... 바로 보상에 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보통 주의 산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알았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ADHD가 있는 사람은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지 않는 과제나 활동을 하기를 어려워한다. 이것이 과제와는 상관없는 외부 자극에 쉽게 이끌리는(산만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어떤 일에 동기가 잘 부여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며, '5시간 후 마감',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나운 상사' 같은 강력한 외부 요인이 없으면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꾸물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삶에 문제가 되는 ADHD 증상을 어떻게 구별할까?
그게 바로 진단 기준에 있다!
자가보고식 척도들은 더 많은데,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이 척도다. 파란 칸에 체크한 항목이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로 의심되며,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물론 생활에서 내가 체감하는 장면들은 수도 없이 많다. 23094723047개 정도 쓸 수 있다. 또한 주의력결핍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사는 데 큰 탈이 없는 일들이 많아서, '덜렁댄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저 진단 기준에 제시된 항목들은 가정, 직업, 일상에 지장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묻는다고 느껴졌다.
같은 척도의 파트 B다. 이것은 진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 증상의 양상에 대한 힌트를 준다고 한다.
병원에 가면 저런 자가보고식 설문지 230953장으로 선별검사를 한 뒤, ADHD로 의심할 수 있다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진단을 내린다. 필요에 따라 CAT 검사나 심리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저기에 전부 맞다고 체크했더라도 다른 질환이 보이면 진단을 보류하고 그 치료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동생이 1년 정도 우울과 불안 치료를 받다가 얼마 전 갑자기(...) ADHD 진단을 받았다.
다만 저 척도는 '최근 6개월'의 현상을 묻고 있다. 성인 ADHD 진단의 기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12세 이전에도 주의력 결핍과 자기조절 문제가 있었을 것 (원래 7세였는데 12세로 상향되었다)
➡ 성인 ADHD는 갑자기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ADHD가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2.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
➡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병원을 찾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내게 ADHD 성향이 있더라도 지금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또 나름대로 관리하는 방법을 개발해 왔다면 굳이 치료받을 필요는 없다. 반대로, 사는 게 (험한 말) 같다면 귀찮더라도 치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주의력 결핍 증상이 다른 정신질환이나 장애에 의한 것이 아닐 것
➡ 집중력은 우울해도 떨어지고, 기분이 나빠도 떨어지고, 할 일이 많아도 떨어지고.... 시도때도 없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면 그걸 치료해야 한다.
ADHD로 진단받지 않았다고 실망하기보다 그 김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좋은 일 같다. 요즘 ADHD 열풍(?)이 불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여러 성인의 정신건강이 관리되는 순기능을 낳은 것 같기도?
또 글이 길어졌네...
참고한 책
<ADHD 성인을 위한 인지행동 치료> MARY V. SOLANTO 지음 | 한국심리치료학회 옮김 | 시그마프레스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ADHD의 인지행동치료> Susan Young, Jessica Bramham 지음 | 최병휘, 임미정, 곽욱환, 박준성, 김 원, 조철래, 김선욱 옮김 | 시그마프레스
참고한 글
성인 ADHD 알아가기 1_ 증상의 소리를 찾아서 - 내 삶의 심리학 mind (min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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