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6: 병원 방문
두 줄 요약:
평일에는 메디키넷 15mg+10mg
주말에는 메디키넷 10mg
아빌리파이 1mg 유지
오늘은 1분밖에 안 늦었다!^^
지난 줄거리🖖
😣 코로나에 걸려서 1주일 격리되고, 비가 오고, 이제 생리를 시작했다. 운동이 늦어지고 있다... 이외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여전히 집중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여러 시간관리 방법을 쓰고, 딴짓을 줄여보려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틈날 때마다 요가를...하다가 이제는 스쿼트로 바꿨다. 근데 요가가 더 나은 듯. 👈 이런 식으로 흔들리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 기분이 정말 안정적이었다. 비오는 날에도! 생리 전에도! 신기해!
😅 평일에 하루 메디키넷을 안 먹어 봤는데 바로 후회했다. 잠이 덜 깬 것 같은 느낌, 안 읽히고 부유하는 글자들, 전화 통화 할 때 말이 잘 안 들리는 거, 고꾸라진 소셜 스킬... 생각해보면 이게 원래 나의 상태인데 지금까지 용케도 회사생활을 했구나 싶다. 아빌리파이는 그래도 반감기가 이틀은 된다는데 메틸페니데이트는 정말 짧네. 현대의학 더 발전 안합니까..
DAY 116: 상담 내용
📍 오늘은 노션에 적은 걸 따로 정리하지 못해서, 기분 얘기하며 노션을 잠깐 보여드렸다. 아빌리파이 먹은 뒤로 기분이 나아졌다고 설명하기 위해서, 더불어 내가 이렇게 기록을 잘 한다고 자랑할 겸... 그런데 하필 운동 체크하는 칸을 보셨는지 "런닝... 요가... 스킵..." 이렇게 읽으시는 거 아닌가. 스킵은 왜 읽으세요!! 왜...!! 순간 너무 쪽팔렸다.
다음번에는 수면 시간도 단디 잡고 운동도 꾸준히 해서 전체화면을 보여드려야지.
👆 이런 식으로 의사선생님을 활용하면 좋은 것 같다. 지금까지 효과를 아주 톡톡히 봤다. 오픈카톡방에서 자조모임을 갖는 것도 좋지만, 사회성이 부족한 내게는 조금 벅찬 것 같다^.ㅠ
📍 사실 오늘 대화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약간 정신이 없었다. 나름 양극성 장애 책을 보고 공부했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로 시작하는 말씀을 하셨는데 뒷 내용이 머릿속에서 날아감. 좋은 얘기였을 텐데...
📍 지금 용량이 집안일을 할 땐 괜찮은데, 일할 때는 약간 모자란 듯해서 커피와 담배와 운동을 동원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다른 방법을 쓰며 용량을 유지하는 게 좋을지 올려보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상의드렸다. 말해놓고 약간 아차 싶어서 "담배는 빼고"라고 했다... 선생님은 둘 다 가능하다고 하시면서도, "퍼포먼스가 좋아지시긴 했으니 유지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그러나 결국 나는 호기심에 굴복하였다... 5mg 올리면 어떨까?!
그리하여 오전 15mg로 살짝 증량했다. 오늘도 선생님은 콘서타로 변경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나는 주말이나 저녁에 급히 필요할 때 집어먹는 이 편함을 포기하지 못하고 메디키넷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대신 주말에는 사람들 만날 때만 필요하다고, 사실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뭔가 기뻐하시면서 10mg 한 알로 줄여주셨다.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 ADHD와 양극성 장애로 병원을 다니고 있음에도 이런 증상이 티나는 것이 너무나 싫다. 지난날의 혼란에 이름이(진단명이) 붙은 건 좋지만 다시 떼고픈 마음도 간절하다. 뭔가를 얘기하면 어쩔 수 없이 옛날 얘기도 해야 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하기가 불편해서 최대한 짧게 말하려 한다. 오늘도 "이 얘기는 좀 딥한데..."라고 망설였다. 매번 망설이는 나한테 매번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참 일이겠다 싶다.. 근데 좀 반사적으로 얘기를 멈추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오늘 뱉은 '딥하다'는 것은 듣는 사람을 고려한 말이었을까? 아무튼 내 과거가 부끄럽고, 떠올리기 싫은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오늘도 고등학교 때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설명하려니까 다시 물어보고 또 물어보셔서 어쩔 수 없이 가정 환경 얘기를 해야 했다. 근데! 정신과에서는 이런 거 말하는 게 당연하다. and! 나도 숨김 없이 말하고 싶다. but! 말하고 싶지가 않다. however! 선생님이 자꾸 캐물어!! nevertheless! 말하고 싶지가 않아! 진짜 내 마음은 뭘까?
정말 옛날에, 처음 정신과에 갔을 땐 없는 증상도 만들어낼 기세로 한풀이를 했었는데...
📍 무슨 얘기 하다가... "저희 신랑한테 미친 와이프를 줄 순 없잖아요..."라는 말을 했다. 흘리듯 한 말이지만 이거야말로 내가 정신과를 다니는 이유 아닐까. 내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고양이한테 미친 가족을 줄 수는 없다는 각오로... 살자...
📍 아무튼 오전 15mg를 먹어보고, 괜찮다면 정말로 여기서 유지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약 적정 용량 찾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1년이 걸렸다 하는 이야기 보면서는 실감을 못했는데 막상 내가 해 보니까 정말 지난한 과정이며... 나를 졸라 관찰해야 했다... 나도 벌써 진료 받은 지 4달 가량이 되었다.
📍 ADHD 약을 혹시 평생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약을 먹다 보면 어느 정도 치료가 되는지 여쭤보았다. 정말로 무 자르듯.. ADHD는 치료가 되는 개념이 아니며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는 계속 먹어야 된다고 하셨다.^.ㅠ
일단 겸업에서 큰 마감은 하나 끝난 상태인데, 다음 작업이 시작되면 다시 주말에도 두 알 먹어야지 싶다. 콘서타도 고려해봐야 할까... 트위터에서 다른 분들이 콘서타+메디키넷 조합으로 먹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셨지만, 비슷한 용량이라도 콘서타가 더 은은하다는 후기가 많아서 고민 중이다. 불면도 조금 걱정되고.
📍 아빌리파이는 잘 챙겨먹었냐고 하셔서, 술 먹은 날 이틀 빼고 잘 먹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며 "아빌리파이도 이틀치 적게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셨다. 자신있게 "술 안 먹을 수도 있어요!"라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메디키넷 한 알만 먹겠다고 했더니 엄청 막 암산을 하셨다. 나는 어차피 산수를 못하므로 가만히 있었다. 아참, 주말에 덜 먹고 모아놨던 약을 잃어버렸는데(회사에도 없고 집에도 없으면 대체 어딨는 거야?), 이 얘기를 고려하신 건지 몇 알을 더 주신다고 하셨다. 응 어련히 잘 계산하셨겠지... 나는 산수를 못한다고 하니 선생님은 자기가 산수를 엄청 잘한다고 하셨다. 못하는 사람 앞에서 자랑하는 거야 뭐야..?ㅋㅋㅋㅋ
📍 약국에서도 약사 선생님이 약 갯수를 확인시켜 주셨다. 나는 암산을 못하므로 "선생님.. 맞겠죠..." 이럴 수밖에 없었다.
약사 선생님: 그런데 약 갯수가 왜 이런가요?
나: 아 제가 주말에는 한 알만 먹겠다고 해가지구요.. 사실 걍 통째로 주셔도 됐는데...
약사 선생님: (무릎을 탁 치는 느낌으로) 아 그렇구나~! 근데 원래 그렇게 정확히 처방하는 게 맞아요. 자 여기 잘 보세요. 아침에는 10미리 한 알, 5미리 한 알 드셔야 되는데, 이게 10미리고 이게 5미리에요. 헷갈리실까봐. 색깔 잘 보고 드셔야 돼요.
나: 앗 네 제가 한번 잘 구별해서 먹어 볼게요!
약사 선생님: 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이렇게 확인시켜드리는 게 맞아요.
~서로 웃으며 헤어짐~
지금 돌이켜보니까 약사 선생님... 제가 약 제대로 못 먹을까봐 걱정하셨던 거군요... 직업정신...
사실 저도 제가 걱정됩니다. but! 잘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