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공부하기 2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직역된다. 그렇기에 주의력 문제(A)와 과잉행동(H) 증상 위주로 알려진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요 이름이 다소 오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글에서는 ADHD를 유형별로 나눠서 적었는데, 오늘은 '실행기능 결함'에 초점을 맞춰볼까 한다.
ADHD의 세 가지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부주의
2. 과한 충동성(탈억제성)
3. 과한 활동(과잉행동)
여기에 하나 더하고 싶다.
1. 부주의
2. 과한 충동성(탈억제성)
3. 과한 활동(과잉행동)
+
4. 실행기능 결함
부주의와 과잉행동 및 충동성을 아우르는, ADHD의 보다 본질적인 특징은 자기 조절 및 자기 통제와 관련된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행기능1이 손상된다. 제시카 맥케이브의 표현을 빌어 컴퓨터에 빗대자면 전체 운영체제에 문제가 있는 거랄까.
ADHD는 자신의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하는 문제가 있다. 뭘 해야 하는지는 아는데, 실행을 못한다.


언뜻 들으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다들 공감할 이야기다. 좋은 루틴을 만들고 싶어도 작심삼일이고, 관심 있는 일은 많아서 충동적으로 덥썩 물지만 제대로 끝내는 일이 드물다.(지루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청소를 해야지'라고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시작하지 못해 꾸물거린다. 청소는 하루 안한다고 갑자기 곰팡이가 증식해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나 업무, 논문 등 직업과 학업에 관한 일이라면?
집중력 문제와 산만함은 흔히들 겪는 문제다. 실행기능도... 뭐 벼락치기 안하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그러다가 학사경고를 맞거나, 공과금을 안 내거나, 알바에서 잘리거나, 직장 상사와 싸우거나, 고립되는 사람은 드물다. ADHD는 차원적 장애이기에 그 수준은 경증에서부터 중증까지 다양하다. ADHD 성향을 가진 사람은 굉장히 많을 것이다. 나도 괜히 ADHD 탓을 하는 건 아닐까, 다들 이렇게 사는 데 유난인 건 아닌가 고민을 몇 년이나 했다. 하지만 이 성향이 인생에 만성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는가, 내가 이 증상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가를 정리한 뒤 병원에 갈 마음을 먹었다... ADHD가 아니라면 더 좌절일 것 같았는데 진단이 나와서 다행이다(?)
두통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두통은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도 일반인도 겪는, 흔하지만 성가신 증상이다. 그러나 어떤 질환에서는 중요한 힌트이기도 하며,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할 경우엔 치료를 받는다. 내가 공부하면서 이해한 바를 정리하자면, ADHD의 표면적인 문제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충동성이다.
그러나 핵심 문제는 자기 조절 및 자기 통제의 문제, 보상에 대한 둔감함, 이로 인해 야기되는 실행기능의 결함이다.
그리고 핵심 문제의 원인은 미성숙한 전두엽과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다.
ADHD는 유년기부터 너무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쉽다. 증상 자체가 대처 기술의 습득을 어렵게 만들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술을 못 익힌 ADHD는 다시금 실패를 겪는 혼돈의 고리에 빠진다.(당연히 우울증이나 강박, 불안이 오기 쉽다)
내가 왜 셀프 인지행동치료 카테고리에서 시작은 안하고 ADHD에 대한 얘기만 줄창 하냐면... 나는 솔직히 ADHD에 대해 잘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게을러서, 의지가 약해서, 유년기가 가난하고 불행해서, 어쩌면 살면서 겪은 몇 번의 사고 때문에, 아니면 그냥 글러먹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행동은 뇌와 떼어놓을 수 없다.
의지는 어떻게 굳세게 만들까? 의욕은 어떻게 생겨날까? 이미 뇌과학에서는 의지와 의욕이 '정신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 뇌의 작용임을 밝힌지 오래다! 그런 책을 백만 권 읽었는데도 참 체감이 안됐다.
게으름을 바꾸려고 뭔가 노력한다 치자. 나는 ADHD 약을 먹고 있어도 곧잘 실패할 것이다. 이때 '역시 내가 의지박약이라서'라고 생각한다면, 실패했을 때의 결론도 '역시 나는 의지박약이구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뇌가 문제'라고 생각하고서부터는 실패했을 때 '계획을 좀 바꿔볼까'라는, 지금까지는 상상치 못했던 능동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부러라도 내 탓을 덜 하는 이유는, 그럴수록 과제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 미루는 습관이나 회피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속으로 ADHD 탓을 하던 말던, 뇌 탓을 하고 있던 말던 누가 알겠어?🤔 행동치료 책을 다시 정독하면서 생각을 이렇게 고치고 나서는 요새 마음이 좀 편하다.
다음으로, ADHD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했을 때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한다. 약물치료가 삶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해결할 대처기술을 자동으로 가르쳐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을 먹는다고 자동으로 플래너가 적히고 계획이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성인은 좌충우돌 살아오는 동안 증상을 관리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한다. 또 어느정도의 충동성이나 나쁜 기억력은 그 개인의 특성이나 가벼운 단점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ADHD 성향이 있더라도(진단기준이 다 내 얘기 같아도)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의외로 착하니까!
횡단보도 기다릴 때나 대중교통 이용할 때, 더 나아가 미팅 때나 여타 사회적 상황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피젯큐브를 만지거나 양해를 구하고 잠깐 나갔다 오는 걸로 해결할 수 있었다. 집을 절간처럼 조용히 만들고 싶어하거나, 카페처럼 소리가 섞인 곳에서는 말을 못알아듣는 것도 눈치껏 대처할 수 있었다. 딴 생각 하느라 이야기를 놓쳐도 자연스레 다시 묻거나 리액션을 하면 되었다. 아주 약간 난독이 있지만, 원래 책을 좋아해서 텍스트에 익숙하기에 다시 읽으면 그만이었다. 충동적인 면도 어릴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이제 대형 사고 안 친다는 뜻) 이외에도 물건 잃어버리는 거, 더러운 집.... 성가시긴 해도 이런 점들이 현재 내 삶에 큰 지장을 주진 않았다.
다만 사람에 대한 정보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 상습적 지각, 미루는 습관, 중요한 일정이나 약속 까먹기(부모님 생신에서부터 결혼기념일, 마감일까지 까먹는 범위도 아주 다양함), 일 마무리 못하는 것은 너무나 치명적이면서도 아무리 해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또한 이런 부분은 약을 먹어도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행동치료는 간단히 말해서 '도구'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도 역시 도구다. 내 경우 약물치료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껏 도구만 최신식으로 백오십만 개 사놓고 제대로 못쓰다가 겨우 하나씩 꺼내 써보는 느낌이다. 이전에는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가끔 써보더라도 꾸준히 쓰질 못했다. 누가 '왜 못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냥... 못했다고ㅠㅠㅠㅠ 그런데 이게 약 먹으니까 된다!
약이 뇌에서 어떤 일을 벌어는지 설명을 봐도 잘은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뭔가 작용을 해서 이렇게 됐겠거니 퉁치고, 나는 오늘도 움직인다! 다음 글부터는 진짜 행동치료 얘기 할 거임!
참고한 책과 컨텐츠들
〈ADHD 성인을 위한 인지행동 치료〉 MARY V. SOLANTO 지음 | 한국심리치료학회 옮김 | 시그마프레스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 J. Russell Ramsay, Anthony L. Rostain 공저 / 한국성인ADHD임상연구회 역 | 하나의학사
https://www.brownadhdclinic.com/the-brown-model-of-add-adhd
https://youtu.be/JiwZQNYlGQI
https://www.additudemag.com/7-executive-function-deficits-linked-to-adhd/
https://www.additudemag.com/what-is-executive-function-disorder/
- 실행기능이란 목표를 결정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상황의 다양한 면을 고려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고 수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얼굴을 씻는다 생각하면, 화장실에 들어가 클렌징을 짜서 묻혀야겠다 계획하고 그대로 행동하는 능력이다. [본문으로]